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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 이란

앗살람 알레이쿰~! 이란~!


   올해의 휴가계획을 세우며
매년 새해가 되면 올해는 어디를 가볼까 노려보곤 한다.
지난 2-3년간 스위스와 캄보디아가 오랜시간 준비를 하다 결국 실패해버린탓에
조금 의기소침해 있었던 것도 사실.
이번엔 떠나는 그날까지 떠난다는 이야기 조차 꺼내면 안되겠다 싶을정도로 조심스러운 마음이었다.

그런 소심한 마음은 마음이라 치고,
어쨋든 우리의 이란여행은 1월부터 논의되기 시작했다.





처음엔, 어디든 오빠를 따라가는게 나의 행복이라는 것을 보여주기위해 과감하게 "오케이!"를 외쳤지만,;
아무리 인터넷을 검색해봐도 '이란'이라는 나라에 대한 여행정보가 별로 없다.
어쩌다 본 여행기에서도 그다지 스펙타클한 무언가도 없고,...
"오케이 오케이 오빠가 원한다면 오케이!"를 외쳐놓고도
뒤로는 "다른데 가고싶은 곳 있으면 말해"라는 말에 더 무게를 두고있었던것 같다.

캄보디아도 다시 꺼내어 생각해봤지만 내 기억으로 우리가 노리는 4-5월에는 우기라서 매우 더운시기라
여행으로는 비추의 시기라 해서 다시 제껴놓았고,
스위스도 다시 꺼내어 생각해봤지만 지금의 환율과 물가로는 참으로 부담스러웠다.

어찌 가고픈 데가 떠오르지를 않을까...
그새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과 탐구심이 쪄들어 시들해버린듯 하다.
어렸을때의 그 호기심들이 나이가 들수록 사라진다던데, 나는 그렇게 쪄들어가고 있구나.... 슬프기까지 하다.

오빠라도 메마르지 않는 지적호기심이 있어 가보고픈 곳이 있다는게 행운이라면 행운인듯 하다.





다시 적극적으로 이란여행에 대해 검색하는데,
사실 검색도 쉽지가 않다.

"이란 여행"이라고 검색을 하면
검색결과에 무수히 나오는 글들은 대부분...
"여행이란?" 이라는 문구때문에 쏟아져나오는 글들이다..
삶이란? 그릇이란? 물이란? 사랑이란? 우정이란? .... 무수히많은 "이란"이 나온다...-.-;;




   그래. 가보자  이란!
마음을 굳히고 주변 친한사람들에게 오빠가 이란에 가보고싶어한다고 얘기를 하니, 다들 말린다.
이란. 핵무기실험으로 미국에게 계속 지적받고 있는 나라, 이스라엘과 언제든 전쟁이 터질것만 같은 나라,
이라크와의 전쟁또한 끝난지 오래되지않은 나라.
서방국가들에 대한 테러가 심한 중동국가, 이슬람국가 중 하나. 뭐 등등....
심지어 이란을 이라크와 같은 나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뭐 그정도로 관심없다는 소리)


나도 그정도 수준이긴 마찬가지.
그때부터 국제뉴스란을 열어 이란에서 나오는 뉴스들을 검색해보고,
이란/이라크전쟁, 백색혁명, 등 이란의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서 새로이 알아갔다.
새로이 알아갈수록 나도 점점 관심은 가는데,
그래도 한가지 풀리지않는 걱정은 있었다.

'테러'.....
안그래도 미국과 사이가 좋지않은데, 서방국가들에 대해 증오가 있지않을까?
그즈음에.... 뜻밖에.. 예맨 관광지에서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까지 있었다.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테러였다는것과... 관광지에서의 테러였다는것만으로도 충격적인 사건이기도 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모두 나를 걱정해주었다. 이란, 가지말라고....

나도 용기를 내어 이란여행관련까페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이란에서의 테러 위험성에 대한 질의....
댓글들은 모두 전혀 그렇지않다 , 이란에 잘 살고 있다, 너무나도 확신에 찬 댓글들이었다.

사실 테러로 인해 죽을 걱정보다는,
만에 하나 그런일이 생긴다면.... 이렇게 걱정해주는 사람들의 걱정을 뿌리치고 가는데
무언가 그런일이 없을거라는 제대로 된 근거와 확신은 있었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나 내겐 그저 막연한 대답들 뿐이었다...
마음은 위로가 되지만 내가 바라던 어떤 근거나 확신은 얻지 못한채, 이란으로 떠났다.


대신, 위험지역이나 경고지역의 근처도 모두 제하고.... (일정때문에도 힘들지만)
이란의 가운데 땅덩어리들로만 루트를 정했다. (테헤란-카샨-이스파한-야즈드-쉬라즈)


아래 지도는 외교통상부 해외안전여행사이트에서 캡춰한 지도임.

노란색으로 표시된 좌측의 이라크 국경지역과, 우측의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국경지역은 여행자제 구역이다. 2009년 6월 16일 이후 이란 대선으로 인한 시위로 인해 이란 전체가 파란색의 여행유의구역이 되어있지만, 그 전까지는 그냥 하얀색 지역이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 Iran
여행기에 줄줄이 있었던 이들에 대해 적게 되겠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란은 굉장히 평화로운 나라라는 거다.
우리나라의 과거와도 많이 닮아있다는 느낌.....

페르시아인들은 과거에도 매우 현명하여 정복을 당했을때도 정복자들이 그들의 문화나 과학, 기술들을 배워가고 베껴갔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그렇게 가능성이 있는 민족이다.
페르시아와 이란의 역사를 읽어보면 끊임없는 전쟁이 있어서 많은 유적지들이 파괴되고 뺏기고,.. 정신없다.
한참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을때 이라크의 침공으로 인해 다시금 초토화가 되었고,
그 이후 꼭꼭 걸어잠근채 핵무기 만들어낸 이란을 그들의 역사를 읽어보면 이해가 간다.
국제적인 평화를 위협하기 위함이 아닌, 더이상 강대국들에게 휘둘림당하고 버려지지않기위한 자구책이라고나 할까...


어쨋든 내가 만난 이란의 모습은,
공동체 의식이 아직 많이 남아있는것처럼 느껴졌고,
그래서 그런지 다정하고 온화하며.. 외지인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 줄줄 아는 여유로운 사람들이었다.
(내가) 반한 사람이 한두명이 아니다. (ㅠㅠ)
사람들이 여행어땠냐고 물어보면 사람얘기하는데 90%다..
멀리까지 돈들이고 시간들여갔으니 보고 온것도 많아야 할텐데,
이번엔 어째 본거는 생각안나고 사람들만 머릿속에 가득 차 있다.

그런데, 그래서인지...
더 너무너무 따뜻하고 포근한 여행으로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한편으로는, 먼훗날 다시 이란에 가게되었을때는 .
지금의 이 모습이 변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두렵기도 하고.......


이란이 진심으로.. 잘됐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