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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2018.04 키나발루산

2018/04/16-17. 저질체력의 키나발루산 등정기 2일차



  3300미터 높이의 숙소 도착~



우리가 묵은 숙소는 Pendent Hut 이다 (별도 포스팅)

2018/04/16 키나발루 페라타 체험 (Ferrata) & 펜던트 훗 (Pendent Hut)



안내해주는 방에 가니 이층침대 8개로 총 16인실인데, 
너무 좁고 2층침대에 계속 머리를 부딪혀서 ㅠㅠ 한 열번 부딪히니 막 짜증이 나더라 ㅠㅠ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짐도 제대로 꺼내놓고 정리를 못하는데 머릿속은 엉켜서 짐이 어딨더라 싶고 막 ... 
나의 로망~이었던 첫 도미토리 경험은 이렇게 짜증만(스스로에 대한) 잔뜩. ㅎ

그리고 야밤에 오빠가 아픈데 다른 사람들 잠깨울까봐 적절한 조치를 충분히 하지 못하겠더라구 ㅠ 
나도 잠을 계속 못잤는데 화장실 가고싶은걸 참아서 그런거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그냥 참았다.
프라이빗 룸으로 신청했더라면 컨디션 조절을 조금은 더 잘 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남는다.

16인실 도미토리에는 이미 4-6명정도가 진작에 도착해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람들 더 오기전에 씻자고 얼릉 샤워했는데 
그때까지 따뜻한 물이 나온걸 보면 아주 늦게 체크인 한건 아닌가보다.
고산증엔 씻는게 안좋다는건 나중에 알았는데 (체온을 떨어뜨리는 행위!) 
머리는 감아주는게 나을거 같아서 미리 알았어도 어쩔수 없었을 것 같다.ㅠ
버틸수 있으면 물티슈로 땀닦아주고 버티는 게 컨디션 관리에는 좋다고 한다. 

저녁은 라반라따 숙소에 내려가서 먹는다.(부페)

맛이 좋아서 더 먹고 싶었지만 고산에서는 배를 비우는게 좋다고해서 딱 한그릇만 먹었다.
식수는 제공하지 않으므로 물이던 음료수던 맥주던 매점에서 사먹으면 된다.
내가 묵는 펜던트 훗은 식수를 제공하기때문에 물을 가지고 내려갔으면 되었는데
식수 제공안한다는 걸 몰라 그냥 내려가는 바람에 
그냥 그 참에 2리터짜리 물을 14링깃 주고 구입했다 (작은거는 11링깃).

사람들 후기 보면 저녁먹고 막 나가서 사진찍던데 
우리는 4시부터 한시간반가량 페라타 브리핑 듣고 내려오느라 그럴 시간이 없었다. 
저녁먹고 나니 이미 해가 지고 있어서 그냥 식당 밖 테라스에서만 몇장 찍으며 구경하고 
올라와서 거의 바로 자려고 누웠다.


8시부터 “Be quite!가 규정이다. 

8시전에 누웠고, 정말 잘 잘 수 있을 것 같았다. 
어제도 제대로 못잤고 오늘 체력적으로 굉장히 힘들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10시가 되도록 잠들지못했다. ㅠㅠㅠㅠ 말똥말똥..

오빠는 초반에 약간의 코고는 소리가 들렸는데 (다인실이라 코고는 소리 안나게 살짝 자세 바꿔주고 싶었는데 건드렸다가 잠이 깨버리면 그것도 너무 안될일이라 그냥 냅뒀다) 얼마 안가서 안들리더라고. 알고보니 그때 깬거라고 한다. 그 뒤로는 오빠도 자는 둥 마는둥 했다고.... 

그리고 나중에 알고보니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한다.(고산증세 중 하나?)


오빠는 특히 전형적인 고산증 증세를 나타냈고 시기도 사람들이 말하는거랑 너무 잘 들어맞았다. 
두통으로 너무 힘들어해서 뭐라도 약을 먹자싶어서 알카셀처를 먹었다. 
물에 발포해서 먹는건데 어두워서 보이지도 않고 물을 너무 많이 먹게 할수도 없고 짐작으로 대강 물 따라서 먹였는데 너무 적었나; 아무튼 거기에 발포 두알타서 먹였다. 다행히도 그걸 먹고난 후 금새 잠든 것 같아 너무나도 감사했다. 

알카셀처는 소화불량으로 인한 두통에 좋은 약인데, 숙취해소용으로도 잘 쓰인다고 -.-; 한다. 
높은 지대에 올라가면 내가 소화불량&두통이 있는 편이라 그걸 노리고 처음으로 사서 가져갔다가 먹어본건데 오빠는 그 약 덕분에 30분만에 두통이 사라졌다고 한다.


오빠가 그렇게 좀 괜찮아지는 거 보고 나도 겨우 잠이 든거 같다. 
그래봤자 10시 넘어서 잠시 잠들었다가 12시 좀 넘을때까지. 
그러고 나서는 또 쭉 못잤다. 
깨어있으니 몸이 느끼는 아주 사소한 증상에도 예민하고 고통스러웠다. 
그나마 나는 잠깐씩 그러다가 말긴했다.

괜찮아진 줄 알았던 오빠가 12시 넘으니 속이 너무 메스껍고 토할꺼 같다고 그런다.
가스가 올라오나보다. 
약때문에 가스가 올라오는 건지 고산증세로 가스가 올라오는 건지는 모르겠는데 
약도 충분히 그럴만 했다. 약 먹고 두통은 사라졌는데 자꾸 오바이트 나서 그걸 참으면서 
어찌나 식은땀을 흘렸던지 온몸이 홀딱 젖어서 춥다고 덜덜 떨기까지 했다. 
프라이빗 룸이었으면 진작에 앉아보기도 하고 일어나서 걸어도 보고 땀도 닦아보고 
옷도 껴입어보고 했을텐데, 다인실이라 참기만 하다보니 상황이 더 악화된 것 같다. 

결국 1시 경에 라운지로 나가서 마일로를 뜨겁게 타서 먹였다.

앉아있으니 오히려 트름 나오면서 가스 빠지면서 나아지는 것 같다고 했고,
뜨끈하게 마일로도 마시고 하니까 조금 나아지기는 했다.
땀도 닦아서 아예 날려버리고 겨울 잠바를 챙겨입으니 체온도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고.
 

타이완에서 오신 어르신분들 6인정도 그룹이 있었는데,(친구분들 같았음) 
전날 파인리조트에서도 굉장히 일찍 서두르시는거 봤는데
오늘도 새벽 1시밖에 안되었는데 벌써 일어나서 헤드랜턴까지 다 끼고 준비중이시다. 
그분들이 오빠가 괴로워하는 걸 보더니 두통완화되는 오일도 주시고 
(이런거 잘 안믿는데 너무 아픈지 막 관자놀이에 바르고 코에다가도 바르는 신랑
포도당 사탕같은 것도 주셨다고 한다. 
조금 있다가 아침 차리느라 나온 직원도 아프냐고 물어봐주고 체크해준다.
*오빠가 제일 아픈 사람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더 아파서 아예 정상 포기한 사람들이 더 있었다;;;


아침으로 제공되는 식빵이 있었지만 둘다 안먹혀서 못먹어서
앉은 자리에서 마일로만 한 세잔 타서 둘이 계속 마셨다 ㅎㅎ 
(오빠는 이번 여행으로 마일로 질렸다고 ㅋㅋㅋ)


이 산행이 힘든건 고산증도 있지만...
이렇게 부족한 잠과 어설픈 식사로 인한 허기도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많이 먹는것 보다는 나은거라고 하니... 
정상오르면서 힘들어할때마다 가이드들이 stomach 문제냐고 물어봐주는데
소화불량이 많은가보다. 
(소화불량까지 아니어도 장에 가스가 차서 그런지 트름하고 방구뀌는 사람 엄청 많음 ㅎㅎㅎㅎ)





  등정 2일차. 02시 40분 정상을 향해 출발~



2시 40분에 가이드를 만나서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거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산행을 시작하니까 줄이 한줄로 빽빽하게 늘어섰다. 
다들 느리게 올라가니까 다행이긴한데 페이스를 따로 통제할 수가 없으니 불안했다.


초반 나무계단으로 쭈욱 늘어선 길을 올라서는데 대체 언제 끝이 나는건지....이미 지겹... ㅎㅎㅎ
잠깐 고개들어 하늘을 보니 별이 쏟아지기는 하는데 고개를 들어 보기엔 목이 너무 아프고 ...
뒤돌아서 잠깐 쉬면서 보자니 그럴만한 여유공간이 없다.


그나마 다행힌건 우리 정상 산행날은 온도가 많이 낮은 편이 아니었다. 
새벽 추위를 많이 걱정했는데 우리 옷차림으로 버티기 괜찮았다.

오빠는 하의:히트텍+두꺼운 긴바지 츄리닝, 상의:히트텍 + 플리스 + 사파리 점퍼, 장갑/털보자/버프.
나는 하의:히트텍+오빠 긴바지 츄리닝-.-, 상의:히트텍 브라탑+히트텍 긴팔+플리스+등산용 조끼+윈드브레이커,장갑/모자는 그냥 조끼에 달린 모자(방풍용으로라도 꼭 필요함)/버프.


‘언제든 힘들면 내려오자’ 라고 마음먹었었지만 실제에서는 그게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ㅎ

특히나 정상올라갈때는 쭉 한줄로 늘어선 길이라 빽하는게 힘들었는데,
계단을 올라갈때는 그나마 괜찮은거였다.
어느순간 한참후에 벽을 로프타고 올라가는 길이 나오는데
이제 이 길 이후는 정말 내려가고 싶어도 내려갈 수 없는거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그 로프를 잡고 밑에서 계속 올라오는데 어떻게 내려감?????
빽빽하게 줄을 서서 로프잡고 올라가는데 앞사람이 놓치면 어떻게 될까? 끔찍한 생각까지 든다.
(근데 이건 내가 너무 걱정꾼이라 그런거다 ㅎㅎㅎ 이렇게 생각하면 세상에 안위험한거 없다. 에스컬레이터 타다가 한명만 뒤로 넘어져도 다 꼬꾸라지는거랑 같은. 제발 걱정은 넣어둬~


하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첫 암벽 오르는 구간이 나왔을때
난 정말 말그대로 멘탈이 털렸다. 그때부터 넋이 나감.... 
한걸음한걸음 가면되지 하던게 그때부터 뭐가 나오는건지 두려웠고
'아무도 이런 얘긴 안하던데 이거 그 사람들한테는 아무것도 아닌건가?' 너무 황당하고 무서웠다.
'내가 포스팅을 한다면 이 얘긴 꼭 해줄꺼야. 마음의 준비는 하게!' 라는 생각만 계속 했다.ㅎㅎ


정신적으로 무너지니까 그런지 너무 힘들기 시작했는데 더 무서운 사실은 다음이었다.
‘이렇게 올라가서 마지막 체크포인트 찍고나서도 1.5키로를 더 올라가야한다는데
아직 체크포인트도 안나왔잖아???????’


진짜 그랬다..... 


게다가 슬슬 나는 심장에 무리가 오는게 느껴져서 몇걸음 걷고나서 중간에 멈춰서야했는데 
새벽이라 오래 멈춰있을수도 없었다 (기온이 내려가니까).
너무 힘들기도 했고 별 본다는 핑계로 중간에 한번 누웠는데 
바로 "웨이크업! 아직 아침이 오려면 멀었어!" 라며 사람들이 일으켜세운다. 
진퇴양난이다. 


겨우겨우 마지막 체크포인트인 사얏사얏에 도착했는데... (시간은 모르겠당..)

가이드가 얘기한다. 이제 2시간 남았다고.. 
네??? 어이구야. 미쳤지...
사얏사얏 지나고나서도 로프잡고 올라가는 길이 나온다. ㅠ


그래도 곧, 로프는 있지만 경사가 완만해서 안잡고 가도 되는
(로프가 거의 가이드 역할만 하는 수준의) 바위 들판이 나온다. 
거의 정상이 보이는 것만 같은데 가이드말로는 한시간 반 더 남았단다.
진짜야??? 아직도 ????
한줄로 쭉 올라오던 사람들이 이제 바위 벌판에 넓게 펴지기 시작했다. 
이 모습이 근데 진짜 좀 웃기긴했다.
다들 느리게 휘청거리며 걷다보니 좀비무리들이 들판을 헤매는 것 같아 보였다. ㅋㅋ


나는 심장을 계속 진정시켜야했는데 오빠랑 내가 힘들어하는 그 순간,
우리의 스페인 친구 한명은 이미 정상찍고 내려가는 길이었다.

1일차 코스도 2시간 20분만에 올랐다더니 오늘도 그냥 정상 1등으로 찍고 내려가버리는 친구.
그 친구는 일출은 안봐도 되는 것. 그런것보다는 다른 것에 더 흥미와 목표가 있는 친구였다.
어쩌면 그렇게 빨리 올라왔다가 내려가버리면 고산증세가 나타나기전에 내려가버리는 거라 컨디션이 더 괜찮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날 대화한 바로는 고산증세가 없는 친구는 아니었거든. 

암튼 그 친구는 그렇게 기록을 세우는 바쁜 와중에도 우리를 보더니 가방에서 비타민젤 같은걸 꺼내서 먹으라고 나눠주고 격려해주고 다시 본인 갈일을 뛰어갔다. 정말 감동스러운 친구였다 고마워 ㅠ ㅠ


정상 올라가다가 포기하는게 쉬웠다면 어쩌면 나는 포기했을수도 있다. 
근데 오히려 뒤에 계속 좀비들이-.- 몰려오니까.... 
헤치고 내려가는게 더 힘들거 같아서 그냥 계속 올라갔다. 
오빠가 그만 갈까 여러번 물어봐줬는데(고마워) 아주 느리지만 계속 올라갔다.
생각해보면 우리의 이런 모습이 우리 가이드를 희망고문한건 아닐까 싶다.
내려갈듯 포기할듯 하면서 계속 가는 ㅎㅎ
(우리 가이드 몸 컨디션이 안좋아서인지 티는 안내려하지만 우리만큼이나 힘들어보였거든...
우연히 얘기하다보니 치통이 심해서 전날 3시간정도밖에 못잤다고 했다)


정상석은 우리에게서 아직 멀리에 있는데 해가 뜨기 시작했다.
사실 정상석이, 좀 뾰족한 부리 위에 있는데 이미 그 바위 들판이 거의 정상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라서..
그 정상석에 오르는 행위가 쓸데없이 체력낭비하는 거일수도 있는거 같다.
그 시간에 더 즐길것을....
하지만 다들 정상석 인증사진이 주는 의미가 남다르므로 포기할 수가 없다 ㅎㅎ 


중간에 가이드가 정상에 올라가는거 7시가 cut-off라고 했다. 7시 되면 다 내려가야한다고.
(이건 근데 그냥 하는 말이던가, 혹은 룰은 있지만 실제로 적용못하는 룰이던가. 
  이거 지나치게 의식할 필요 없었는데 의식하느라 막판에 좀 무리했다.)


어느순간 나는 “정상에 올라서 일출보는게 목표였는데, 그걸 못했으니 인증서라도 받아야겠다”라고 다짐했고 7시전에 정상에 오르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정상석까지 올라야 인증서를 주는거 같지는 않고 사얏사얏 체크포인트만 지나면 주는 거 같다. 가이드가 ‘정상석에 올라갔다 아니다’를 목격자로서 증언해주는 역할을 하는 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7시까지 정상석에 오르겠다고 막판에 좀 고강도 훈련처럼 무리를 해서 올라갔다. 경사가 워낙 가파라서 정말 클라이밍을 해야했어서 한두걸음 ‘으으으쌰아!!’ 하고 오르고 나면 심장... 윽... 


이때 무리해서인지 신랑의 고산증세가 급격히 다시 심해지기 시작했다. 


7시 가까운 시각에 정상석에 올라가 인증사진 찍고 내려오는데 
오빠가 급격히 상태가 안좋아서 굉장히 시간을 지체했더니 거의 끝에서 두번째로 내려간 팀이 되었다.
우리 뒤에 팀은 사진찍으며 놀다 내려온 태국 여자분들이라고 치면 
우리는 사진찍느라가 아니라 너무 힘들어서 늦게 내려간.... 
지금 생각하면 약빨도 딱 떨어졌을 시간이라서 하나 더 먹어줬으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다. 
근데 그때는 그 정도로 시간이 지났다는 생각도 못했고, 
사실 지금도 그 약을 먹어서 증상이완화된건지에 대해서는 증명할수없다.

나는 내려가기 시작할때는 숨이 가쁘지 않으니까 괜찮았다.

반대로 오빠는 두통으로 너무 괴로워해서 몇걸음 걷지를 못했다. 
둘의 최난조 컨디션이 번갈아가며 온게 그와중에도 얼마나 다행인지..
오빠 아프니까 이번엔 내가 오빠 카메라랑 물을 뺏아서 내 가방에 넣어서 내려갔다.
오빠는 얼마나 정신이 없었으면 신경 못썼다고 한다.
다행이지. 늘 에너지를 분배하자고 얘기해도 자꾸 본인이 더 감당하려고 무리할때가 많더라...

끝에서 두번째로 거의 늦게 내려가다보니 어찌나 calm한 세상인지... 

오히려 잘됐다 싶었다.


나의 상상속에서는 일출을 바라보며 감동하는 나의 모습이었지만, (Fail)

현실은 
바람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벌판위를 내려가며 감동하는 나의 모습이었다. 

오빠는 지금 이 풍경이 하나도 안보이겠구나 싶어서 

그때부터 오빠 카메라 내 카메라 액션캠 다 동원해서 엄청나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비록 오빠의 뒷통수뿐이고ㅎ  중복사진도 많고 개발세발일수도 있지만 그래도 와중에 건지겠지 싶었다. 액션캠이 간만에 빛을 발했다. 가벼우니까 손에 들고 동영상찍고 주머니에 쏙 넣기 좋았다. 



겨우겨우겨우겨우겨우 걸어 내려가 사얏사얏에 도착했고.... 
또 겨우겨우겨우겨우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거의 10시에 도착한듯 -_-;; 
그래서 가이드가 1시간 반 시간을 주고 11시반에 만나서 하산시작하기로 했다.




  11시 30분, 2일차 하산 시작


아침식사를 조금 먹고 쉬니까 
이틀정도 잠을 제대로 못자서 나른함이 몰려오면서 나도 두통이 시작되었다. 
나는 15분정도 누워있었고 오빠는 25분정도 누워있은후에 
(이때는 어차피 내려갈거라 안씻었다. 다른 친구 보니까 물티슈로 온몸을 닦더라) 
준비하고 11시30분에 내려가기 시작했다. 


둘다 빨리 내려가고싶어서 할수있는한 최대로 빨리 내려갔는데 ... 
그래도 팀폰게이트 도착하니까 4시간정도 걸린것 같다. 
올라갈때 6시간에 비하면 2/3지만 나의 기대치는 더 빨리였는데... 역시 불가하군. 
중간에 비도 또 왔고, 내려가는 데 미끄러져서 두번이나 앉았고; 
하산순간에는 근육통이 아직이라 내려갈만했지만 
근육통이 이미 와버린 사람들은 정말 내려가는게 힘들어보였다.


팀폰게이트에 도착하니 다행히도 대기하지 않고 바로 차에 태워 헤드쿼터에 데려다줬고,
거기서도 바로 차량 배정해줘서 시내 호텔로 이동을 했다. 
이미 레스토랑에서 점심가능한 시간을 끝났기 때문에 따끈한 밥 냄새가 나는 도시락을 주셨는데 
힘들어서 식욕도 없었고, 차안에서 밥먹어도 된다고 해주셨지만 기름냄새때문에 먹을 수가 없었다.
가만히 있어도 멀미가 났고, 오빠는 차에서 먹으면 오히려 체할거 같다며 그냥 참았다.
계속 멀미가 나서 눈을 감으니 다행히도 잠이들어서 이동하는 동안 좀 자면서 갔다.


2시간 후 코타키나발루 숙소에 도착했는데... 너무너무너무 졸렸다.
쓰러져서 자고 싶었는데, 먹은게 너무 없어서 뭘 먹긴 해야겠고..
‘에라이, 그냥 도시락먹고 잘까?’정도였지만.... 더 맛있는게 먹고싶어서 ㅎㅎ
그랩타고 한식당가서 김치찜 먹었다.

완전 묵은지 스타일을 좋아하는데 그런 스타일은 아니어서 좀 아쉬웠지만 
한상 맛있게 먹었다. 한 이틀 제대로 못먹었더니 오히려 조금밖에 못먹었는데 금새 배가 차서 신기할 따름이고 ㅎㅎ 더이상 받아들여지질 않는 와중에도 서비스로 주신 식혜를 주셔서 (시판 식혜 아니고 직접 만드신거 같아서 더더욱) 배가 터지도록 먹었다. 



  키나발루산 등정의 마무리 소감


이번 키나발루산 등반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그렇고 다녀와서도 그렇고
블로그나 인스타를 검색하다 깨달은건데 
우리나라에도 정말 아름다운 산이 많다는 거다 ㅎㅎㅎ
그동안 체력 핑계로 가지 않았었는데 좀 더 용기내어 많이 도전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또 하나 아주 즐거운 경험은, 
굉장히 느리게 산행하는 즐거움을 몸소 체험했다는 것이다.
산행의 목적이 심박수를 올리는 운동에 있다면 다르겠지만
장시간의 트레킹과 하이킹으로 인한 힐링이라면,
힘들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면서 지치지 않기 위해 
느린 페이스로 정말 한걸음씩 한걸음씩 최종 목표에 다다르는 스타일의 경험을 처음 체험해본것 같다.

“너무 느리게 걸으면 오히려 몸이 늘어진다”라는 말을 봐서 걱정꾼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할지 가기전에 불안했지만 ㅎㅎ 다행히도 그런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기한 깨달음 하나가 더 있었는데.
등정을 하기전엔 내 사진을 보며 “뚱뚱하다”고 부정적으로 생각했다면
등정 후엔 내 사진을 보며 “건강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같은 사진을 보며 다른 관점을 가지고 볼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했고 
말로만 ‘건강이 최고지’하지 말고 내 몸 내가 더 긍정적으로 바라봐주고 사랑해줘야겠다. 
그저 자기위안하며 괜찮아 나는 내가 자랑스러워라고 정신승리만 할일은 아니고 
좋은 거 먹고 운동도 많이 하며 관리를 해줘야하는 의무가 최우선일테지 (이게 사실 가장 힘듬 ㅎㅎ). 


하산한 일자로부터 딱 7일째에 다리 근육은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다. 
돌아온 후 근육통도 심한데 생리까지 겹쳐서 몸이 피곤했지만 
매일 5.5km 산책코스만큼은 빠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이후는 이제 다시 Gym 가야지 (지금 글쓰는 시점이 딱 7일째)
이번 등산에서 남들보다 심장건강이 떨어진다는 걸 또한번 느꼈다.
달리기랑 로잉을 최근에 하고 있는데 사이클과 스쿼트를 추가해보려고 한다.
다음 챌린지에서는 훈련하는 기분이 덜하기 기대하며..

매우 징징거리며 쓴 저질체력의 키나발루산 등정 일기를 마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