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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레이시아/2018.04 키나발루산

2018/04/16-17. 저질체력의 키나발루산 등정기 1일차


  등산엔 취미도 없던 저질체력가의 등정 이야기 ㅠ_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다는 4095미터의 키나발루산. 
발밑으로 구름이 흐르는 사진들을 보며 ... (꺄아~)
3000미터 넘는 곳에서 일출과 일몰을 보는 그 광경을 상상하며...(꺄아~)
도전해보았지만,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많이- 힘들었다. -_-;;;


그런데가 있다는데 가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갔다가는
나처럼 몸과 마음이 망신창이가 될 수 있음은 미리 알고 
몸과 마음의 준비를 어느정도 해가야 즐길 수 있는 등반이라고 생각된다. ㅎㅎ


하지만 산에서 결국 모든걸 이뤄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생각이 많으면 안돼. 그냥 모든 생각을 버리고 한발한발 가다보면 할 수 있어”
“지금 너무 힘쓰면 내려갈때 힘들겠네. 다음 스텝 힘들겠네 이런 생각을 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라고들 한다. 

실제로 우리도 그 결심으로 버티다보니 기어서라도 정상을 찍고 내려온거니까
몸과 마음의 준비가 다소 (많이) 미흡하더라도 도전!은 해보는게 맞을테고,
나같은 저질체력도 해냈으니 “Everybody can do it!"


키나발루산을 “챌린지” 그 자체로 생각하고
 “고통을 즐기자” 이 마음가짐을 잊지 않으면 될 것이다. ㅎㅎ


이 포스팅은 나의 일기이기도 하지만
나같은 등산초보들을 위한 글이라고 보면 된다. 



  키나발루산 ‘등정'은 1박 2일 코스이다



키나발루산은 4095미터에 정상석이 있는데 
그 전에 하루의 시간을 들여 3300미터 정도의 높이 산장까지 올라가서 숙박을 한다.
그리고나서 2일차 새벽 2-3시경에 정상으로 출발해서 일출을 보고, 
다시 시작점까지 하산한다. (중간에 산장에 들러 잠깐의 휴식과 아침식사) 

이렇게 무조건 1박2일의 코스인데, 
여행사에서 더 길게 짜여져있는 코스들을 봐도 키나발루산 등정은 이렇게 딱 1박 2일코스이다. 
길게 써있어도 앞뒤로 다른 일정이 붙는 것일 뿐이다.

우리는 3300미터 산장에서 하루정도를 더 쉬었다가 정상으로 올라가는 일정을 원했는데
여행사 패키지에는 그런 스케쥴이 없었고,
여행사를 통하지 말고 개인적으로 따로 예약을 하면 가능하지 않았을까 쭉- 궁금했는데
실제로 다녀와보니 그게 쉬워보이지는 않다.

왜냐하면
키나발루산 등정시스템이...
하루 등정인원이 숙박시설에 맞게 하루 등반인원 max 제한이 있어서 
미리 숙박시설 예약이 완료되지 않으면 산행 시작자체를 할 수가 없고,
무조건 가이드 동반으로 체크포인트를 지나야하며
체크포인트마다 cut-off 시간이 정해져있다 (=등반하는 사람들의 통과 상황이 업데이트 되고 있음).

그런데 중간에 하루를 더 숙박하게 된다면 
함께 올라간 가이드와 포터에 대한 부분도 모두 처리가 되어야할테고 (금액, 숙소, 스케쥴 등) 
체크포인트에서 일반적으로는 당일 리스트만 관리하면 될텐데 예외가 생기는 거고. 
공원내 스텝들이 많은 편이고 하루 산행하는 사람은 130명을 넘지 못하는 규모라고 하니
예외사항을 허용하는게 어렵지는 않을 것 같기는 하지만 
자유롭게 허용해서 등반가들의 스케쥴이 꼬이는 것을 반기지는 않을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국립공원의 시스템외에 개인적으로도 힘들겠다고 깨달은게 있는데... 
1일차에 계속되는 오르막길을 오르면 근육통이 생길 수 밖에 없는데,
하루를 더 묵으면서 다리가 풀려버리거나 근육통이 생겨버리면 
아마 정상에 올랐다가 다시 하산하는 거의 12시간가량의 코스가 더 힘들수도 있겠다는 깨달음.
- 이건 내가 다른 트레킹을 할때 스스로 주지하고 있어야 할 사항인 것 같다.

이번 키나발루산에서 다행히도(?) 나는 하산을 모두 마친 후에야 근육통이 생겼는데, 
근육통이 좀 더 빨리 와버린 사람들은 하산할때 굉장히 힘들어했다. 



  우리는 여행사를 통해 2박 3일 패키지를 신청했다



우리는 2박 3일 코스를 신청했고 가격은 생각보다 비싼편이었다. (1인 2560 RM)

#우리가 신청한 건 Amazing Borneo의 3D2N MOUNT KINABALU CLIMB WITH VIA FERRATA & HIGHLAND RESORT STAY (WALK THE TORQ).



1일차 12:40분쯤 코타키나발루 시내호텔로 픽업을 왔고 (이미 차량에 2팀이 타 있었음)
키나발루산 아래쪽에 있는 숙소에 내려주고, 그곳에서 하루를 잤다. 

이동중에 나발루(nabalu)라는 곳에 잠시 들른다는 둥 설명이 장황했지만
그냥 작은 휴게소 들린 느낌이지 인상적인 관광코스는 아니었다. 
어쨌든 거기서 그래도 물이랑 바나나같은 과일 사시는 분들도 있었다.

2일차에는 아침을 먹고 07:30분쯤 픽업을 해서 키나발루산 데려가서 등정을 시작했다. 

1박2일 패키지를 신청을 하게 되면,
시내호텔에서 새벽같이 일어나 픽업 후 2시간의 차량이동으로 바로 키나발루산 공원에 도착,
등정을 시작하는 거라 
저질체력의 우리는 조금이라도 덜 무리했으면 해서 2박3일을 신청을 했다. 

이왕 가는거 키나발루산 아래쪽 숙소에서 하루를 묵고싶어서도 하나의 이유이고. (이건 굿초이스)
다만 키나발루산 아래쪽 숙소들은 시내 호텔들과의 시설과는 다르니까
잠자리가 조금 불편할수도 있는 복병이 있다.
우리가 묵은 파인리조트(별도 포스팅)는 꽤 괜찮은 리조트인편인데도 계속 새벽에 잠을 깼다. 


  드디어 등정 1일차



07시 30분 픽업차량이 왔다. 

2분가량 지각했는데, 다음 숙소에 들려서 픽업해야하는 분들도 2-3분 지각하셨다. 
거기서 탄 사람들은 페낭쪽에서 온 그룹이었다. 
모두 분홍색티셔츠를 맞춰입은 단체 그룹인데 같은 회사 소속같아 보이는 분위기였다. (회사일까?!)

이날 등산인원중에 반갑게도 싱가폴에서 오신 단체도 있었다. 

이분들은 하늘색 티셔츠같은걸 맞춰입으셨는데 총 23명정도 되신다고 하고, 
연령대는 좀 있어보이시는게 회사는 아니고 동호회 같았다.

적어도 여기는 희망자들만 오신거겠지? 

중간에 (싱가포르) 부킷티마힐에 훈련차 갔던 얘기를 하니 
‘언제? 몇시에?’ 이러면서 꼬치꼬치 물어보시면서 

매주 거기에 같이 모여서 트레킹하시는 모임이 있다고 하셨다.

(그 모임이 이 모임인지는 모르겠는데 보아하니 그래보이기도 하네) 

이분들은 커다란 카메라를 든 포터그래퍼도 한분 계셔서 

나중에 정상석에서도 개인사진들을 찍으시고,  

나중에 플랜카드같은거 들고 단체사진도 찍고 그러셨다.

너무 전문가처럼 보이셔서 나는 아예 정상석에서는 그 분이 사진을 다 찍어주는 줄 착각했는데 ㅋ
이 그룹의 포토그래퍼셨다. 


싱가포르에서 오신걸 몰랐을 수도 있는데 어르신 한분이 SG50 모자를 쓰고 계셔서 ㅋㅋㅋㅋ 

그거보고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오신거냐고 먼저 여쭤보고 그랬다. 
이번에 내가 신고 간 트래킹 신발이 SG50 프로모션으로 50% 할인할때 산거라 
SG50 이라는 단어가 주는 반가움이 남달랐다. ㅎㅎㅎ

꽤 나이 많으신 분이셨는데 스틱 없이 로프잡고 꾸준히 오르시는 근성이 존경스러웠다.

(그러나 우리와 비슷한 속도로 ㅎㅎㅎㅎ 우리가 느린 거 ㅎㅎㅎ) 


정상석도 거의 우리랑 비슷하지만 조금 더 빨리 올라가셨으니 

우리보다 나으신 체력이시거나 혹은 대단한 정신력의 어르신. 

다음날 비행기탈때 마주치는거 아닌가 했는데 

이 그룹분들은 못뵈고 다른 커플(싱가포르 거주)만 마주쳤다 ㅎㅎ 

그 커플도 너무 멋지고 예쁨~ 

여자분이 특히 너무 예쁨~ 몸매 진짜 군살없이 탄탄하고 피부도 좋으시고, 둘다 체력 너무 좋다! 


8시 조금 넘어서 헤드쿼터에 도착한듯 하다. 
헤드쿼터에 맡길짐이 있으면 맡기고 
(배낭당 12링깃이고, 우리는 작은 가방 2개였는데 두개 잘 묶어서 한개로 쳐주셨다 핫..) 

배정받은 가이드를 소개받아 인사하고 점심 수령하고, 포터를 고용한다.
(예약할때부터 인원수그룹별로 가격이 다르다. 그래서 이미 그때 우리는 2인그룹으로 확정되었을텐데
그 생각을 못하고 다른 사람들하고 같이 그룹묶으면 민폐될까 걱정하고 있었다능.... )

포터 사무실 앞에 한명이 우리 보더니 포터 없데.. 다 끝났데... 네????? 
오늘 그룹인원들이 많아서 포터 예약이 끝났다고 하는데, 정말인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어쩌라는거냐며 당황하는 우리앞에 가이드가 본인이 메고 가면 된다고 한다.
어차피 산에 오르시는거 본인이 짐을 메고가면 돈을 더 버는 거니까... 이런식으로 운영하는건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이렇게 되니 포터비용도 사무실에 내는게 아니라 나중에 가이드한테 따로 줬거든. 

아무튼 무게를 재니 우리 짐이 10키로라고 한다. 
적게 가지고 올라가려고 노력했는데 (돈때문이 아니라 그냥 수고스러움이 미안해서...) 최소금액이 10키로 기준이니까 적당했던 것 같다. 이게 되게 미안하다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이분들은 훨씬 더 무거운 무게를 매고 올라가시고 그럼 더 돈을 많이 받으시기때문에 맡기는 입장에서는 지나치게 스트레스받지말고 고민을 그분들께 넘기는게 맞는 것 같다. 우리 가이드분도 평소에 15-20씩 메고 다니니까 걱정말라고 해주시고, 실제로 어떤 포터는 다른 사람들 배낭 3개씩 막 지고 올라간다; 본인이 감당이 안되면 알아서 1명 더 데리고 짐 맡겨서 같이 움직이시기도 하고 그러더라. 10키로 숙소까지 왕복 130링깃. 

헤드쿼터에서의 비즈니스가 종료되면, 
다시 버스 할당받아서 타고 1800미터의 팀폰게이트로 이동한다. 
(가이드가 챙겨주긴 하지만 부지런히 본인이 먼저 나서서 처리하도록 한다)

저울에 짐 재고 있는 모습 ㅎㅎ


지도앞에서 가이드의 간단한 브리핑 후



08:44 팀폰게이트 체크포인트에서 이드와 우리 이름이 써있는 종이에 각각 싸인을 하고 입장. 

6시간의 산행은 처음인것 같기도 하고, 
고산증세때문에 천천히 움직이라는 말을 워낙에 많이 들어서 
우리의 목표는 
“무조건 천천히. 절대 숨이 차지 않을 수준으로 걷기. 심장박동으로 치면 150 넘기지 말기”로 세웠다. 

GYM 트레드밀에서 경사도 최고로 두고 걷는 연습은 근육연습이었다고 치면,
일주전에 부킷티마힐에 오르내린 페이스 연습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분명히 나는 굉장히 천천히 오른다고 올랐지만 계단 오르막을 올라보니 
심장박동이 170 가까이 갔고 굉장히 숨찬 상태가 되어서 
절대 이번 산행에서는 그렇게까지 올리지 말아야겠다는 다짐을 했고,
오르막에서는 내가 느리다고 생각하는 페이스도 위험한거구나를 깨닫는데 좋은 경험이 되었다. 

유투브에서는 코오롱스포츠의 스마트 등산강의'가 도움이 정말 많이 되었는데
타이거 스탭이랑 굉장히 느리게 오르는 레스트 스탭이 나에겐 특히 실용적이었다.
느리다고 '생각하는' 페이스보다는 내 호흡에 맞춘 느린 걸음 & 다리근육을 쉬어가게 해주는 걸음.
그 외 기본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내용이 자세하게 잘 되어있어서 든든했다. 

그리고 스틱을 사용하니까 느린 페이스 맞추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스틱찍고 오른발 왼발이 한 호흡. 정도로 매우 느리게 경사를 계속 올랐다. 
(올라갈때는 스틱 하나씩만 들고 올라갔다)

스틱을 사용해서 등산을 본격적으로 한건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스틱덕분에 느린 호흡도 유지하기 쉬웠고, 무릎에 부담을 덜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올라갈때 스틱 필요하냐고도 계속 물어보는데 상술이 아니라 정말 스틱이 필요한 산길이었다.
중간에 싱가포리안 아저씨들이 “스틱없어도 당연히 괜찮아!”라고 하신 말씀이 신기할 따름이다.

산행 시작시에도 평소의 1/3 속도로 가라고 했던가 2/3였던가.

아무튼 일부러 천천히 걸었지만 사진은 그렇게 많이 찍을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길이 한갈래로 좁은 편이라서 서서 사진을 찍으면 오가는 사람들에게 조금 민폐가 될 수 있어서
조금 올라가다가 앞뒤사람들과 간격이 꽤 생겨서 거의 우리둘만 고립된 상태에서만 찍었다. 

등산 트레일을 거의 외울지경으로 많이 봤다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가물가물했고
‘대충 500미터마다 쉘터’ 정도로 외워버리니까 오히려 혼란스러웠다. ㅎㅎㅎ

팀폰게이트에서 산행을 시작할 때 우리 가이드가 ‘먼저 천천히 가고 있어. 따라갈께’라고 해서 먼저 갔는데 그 뒤로 1키로는 간 지점에서 만났던가? ㅎㅎㅎ 솔직히 나는 가이드를 불편해하는 편이라 나한테는 맞는 스타일의 분이긴 했는데 우리가 요구해서 이렇게 된 상황은 아니라 조금 당황스럽기는 했다. 거의 포터 수준이었음. 


일부러 쉘터가 있으면 잠깐이라도 쉬어주려고 노력했고, 

물을 조금씩 자주먹는 습관은 잘 이용했다. 
물을 많이 먹으면 화장실에 가고싶다고들 하지만 그건 물을 너무 빨리 많은 양을 먹어서라고 한다.

가능한 물 많이 먹고 대신 화장실도 자주 가줘야지 생각해서
초반에 화장실을 2번정도는 계속 챙겨갔지만,
그 이후로는 그냥 안땡겨서 안갔더니... 
1.5키로미터 지점을 마지막으로 산장갈때까지 화장실이 가고싶지는 않았다. 
둘이서 물 2리터는 마신거 같은데. (중간에 포카리스웨트 2번 타서 마심)


산길은 정말 평지가 거의 없고 계속 오르막이다. 

사람들 후기에 "4키로까지는 그나마 괜찮은데 마지막 2키로가 힘들다"던가 
"마지막 500미터가 계단때문에 정말 힘들다" 이런 얘기가 있었는데,
나는 오르면서 계속 생각했다. 
“아니 지금도 이렇게 오르막이고 계단인데 대체 마지막 2키로, 마지막 500미터는 어떤 수준이라는거야???” 
근데 정작 나는 쭉 다 비슷한 수준으로 느껴졌다. (나중에 하산할때는 그 차이가 좀 느껴지기는 했다


산행 시작시 이미 구름으로 사방이 가려져있어서 굉장히 미스트했는데
30분정도 올라간 이후부터는 결국 비까지 무섭게 쏟아져내렸다. 
우의를 가져가야하나, 우의를 입을만큼이면 산행을 안해야하는거 아니야? (하하) 라는 생각으로
고민했었는데 판초우의는 필수 아이템이었다. 지형상 비가 수시로 올 수 있다.
판초우의를 입고 오르니 무겁고 덥고, 어찌나 땀이 흐르던지... (내 생애 첫 우중산행까지 기록했네)
덕분에 이후부터는 잠깐 쉬어도 땀이 식어서 금새 춥고해서 쉬는 시간을 짧게 가질 수 밖에 없었다.


9:33분 1.5km 지점의 Ubah 쉘터를 지났다.
이때까지만 해도 우의를 벗을 수 없을 정도로 비가 왔는데,
30분정도 더 걷다보니 해가 비치는 구간이었다.
해가 비치니 녹색 식물들이 색을 진하게 비춰 싱그럽고 기분이 좋았다. 


10:20분 2.5km 지점의 Lowii 쉘터에서 우의를 벗었다.
입고가는게 더 힘든것 같아서 비가 그친것 같아 냅다 벗었다.
그런데 그 이후로도 산이 구름에 쌓여있으니 비가 지속적으로 오다말다를 반복했다. 
우의를 다시 입어야 하나 고민되는 순간도 있었지만 귀찮아서 그냥 비맞고 올랐는데
초반처럼 오랜시간 비가 많이 내린 구간은 없어서 버틸만 했다.

이 곳의 지형상 그래서 우리 가이드는 아예우산을 들고 다니나보다. 
어차피 잠깐씩 비오는 구간을 통과하는 순간이 계속해서 있다보니
잠깐씩 내리는 비는 우산으로 그냥 피하며 오르시더라. 


10시 53분 3km지점을 지나고, 11시 09분 Mempening 쉘터.
쉘터에서마다 간식 하나씩 먹어가며 이동하는데, 이 시점에서는 신랑이 가장 좋아하는 리지스 ㅋ
산행 핑계로 초코렛 음청 먹었다.


11시 28분 3.5km지점을 지나고, 11시 45분 4km지점 직전의 Layang Layang 쉘터 도착. 
라양라양 쉘터에서 대체적으로 점심을 먹는다고 한다. 시간도 적당한 거 같네.
아침을 워낙 대충 먹었지만 오는 길에 간식을 계속 먹어서 허기지지는 않았다.
점심 도시락을 열어보니 샌드위치인데, 식빵에 햄치즈오이정도 들은 3단이었다. 
샌드위치는 맛있었고, 옆에 크래커는 안먹었고, 미니 바나나는 잘 먹었고, 삶은 계란도 잘 먹었다.
그냥 딱 적절한 점심인듯하다.

근데 정말 잠깐 앉아있는데 많이 추웠다. 오면서 땀을 많이 흘렸어서인지 비를 맞아서인지.
점심시간이니까 한시간쯤은 여유를 부릴줄 알았는데 그러지 못했고,
자리도 많지않아서... 뒷사람들에게 자리를 비켜줘야하기도 했다.


12시 5분쯤 다시 출발해서 12시 11분 4km지점 통과.
출발하려고 할때 다시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해서 우의를 입어야하나 했는데...
여전히 아까처럼 헤비하게 내리는 건 아니라서 모자쓰고 걷기로 했다.
나는 약간의 방수기능이 있는 쟈켓이어서 그나마 괜찮았고
오빠는 드라이핏이라 그래도 금방 옷이 말라버리니 괜찮았던것 같다.
역시 기능성 옷은 무시하면 안됨. +_+

이제 마지막 무시무시한 2키로라는데 지금까지 걸어온 것 보다 더 힘들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이제 슬슬 지겨워서...... ㅎㅎㅎ 
가도가도 500미터 지났다는 표시도 안나온다. 으아.
이때부터는 앞뒤사람들과 간격이 꽤 벌어져서 서서 사진도 찍고 놀면서 올라갔다.


12시 45분 4.5km지점 통과
이미 하산하는 사람들을 마주치기는 했었지만,
거의 본격적으로 하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100명 남짓이지만. 
다리가 풀려서 아주 힘들어보이는 사람들도 있었고, 여전히 파이팅 넘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워낙 파이팅 넘치는 젊은 남자아이들이 내려오길래 정상 다녀온거냐고 물어보니
너무 추워서 포기했다고 했다. 이날 기온이 많이 추웠었다보나.


13시 18분 5km지점 근처의 villosa 쉘터, 5km지점은 13시 27분 통과. 
시간간격을 보니 그렇게 많이 흐른것도 아닌데,
등산중엔 마지막 이 구간들이 너무 지겨웠다.
근데 그 당시에도 총 4키로를 걸었다면 3키로부터 지겨웠을꺼야' 라는 생각을 하며 걷긴했다.
목표가 다가온다는 생각에 마지막이 더 길고 지루하게 느껴진거 같다. 


14시 44분 6km지점의 Pana Laban (3272.7m) 도착!
5.5km 와 6km는 사진찍은 흔적도 없네 ㅎㅎ
너무 지겨워서 빨리 올라가고싶지만 페이스 올리지않도록 조심조심해서 올라왔고
표지판마다 “x km to PL”이라고 써있어서 PL이 뭔가 했는데 여길 말한건가보다.
전체 표지판에는 Pana laban hut이라고 써있던데, 현재는 없는 숙소인거 같다.
아무튼 이 표지판이 보이면 대표 숙소인 Laban Lata (라반라따)에 거의 도착한 것이고,
거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Pendent Hut (펜던트 훗)이 있다.


우리가 묵을 펜던트 훗의 체크인북에  싸인한 시간은 2시 58분. 
일반적으로 6-8시간이라는데 우리가 딱 6시간이었다.






너무 길어지니 다음편으로.....